대운동회마저 지나고 나니 웅성대던 고을 거리는 장마 걷힌 뒤인 것처럼 갑자기 쓸쓸해졌다. 각처에서 모여들었던 씨름꾼과 학도들이 제 고장을 따라 뿔뿔이 흩어지고, 운동 구경 한다고 가까운 농촌에서 쓸려들었던 늙은이 젊은이가 하루 사이에 없어지고 난 뒤엔, 지저분한 종잇조각, 대팻밥, 쓰레기가 디굴디굴 굴러다니는 어수선하고 허청한 거리로 변하였다. 색이 낡아서 누르스름한 솔문이 떨어져 가는 현판을 매어단 채 이곳저곳 우중충하니 서 있고, 씨름터와 운동장과 소재와 산에는, 짓밟힌 풀과 흩어진 쓰레기만이 지저분하다. 변화가 한번 지나가고, 숙조한 기색이 초여름이 찾아드는 이 고을의 거리를, 애수를 담북이 지니고 흘러간다.
오늘은 오월도 초여드레, 운동회가 지나서 벌써 사흘째 되는 날이다.
쌍네는 저녁도 아니 먹고 실낱 같은 야윈 달이 모우봉 위에 잠깐 솟았다가 그대로 넘어가 버리는 것을, 실심하니 바라보면서 뒤꼍 토방 위에 앉아 있다.
두칠이는 얼마 되지도 않는 짐을 대충 꾸려 놓더니, 친구들끼리 헤어지는 마지막 술추렴을 한다고 조금 전에 집을 나갔다.
쌍네는 인제 마지막 순간이 찾아온 것을 느끼면서, 제 몸을 어떻게 조처를 대어야 할지를 차근차근히 되새겨 보려고, 이렇게 캄캄한 토방에 혼자 앉아 있는 것이다. 두칠이는 박참봉의 허락을 맡아 가지고, 제가 부치던 밭과 논을 남에게 떠넘긴 뒤에 내일 아침 새벽 원산 방면으로 길을 떠날 차비를 차린 것이다.
두칠이를 따라 원산 방면으로 가야 할 것이냐, 그렇지 않으면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생활을 개척하여야 할 것이냐. 그는 보살할미의 점괘를 지금도 잊어버리지 않고 생각하고 있다. 그곳에 믿음을 걸고 있는만큼, 이렇게 궁경에 빠져 있는 이 찰나에라도 어떤 기적이 생겨날 것만 같아서 그것을 한편으론 무한히 갈망하고 있다.
절망에 빠져서 어이할 바를 모르고, 이렇게 이 궁리 저 궁리를 되풀이하다가, 아무러한 줄걱지도 붙잡지 못한 채, 드디어 마지막 길을 택하여 허둥지둥 캄캄한 밤길을 깊숙한 심연을 향하여 걷고 있을 때, 난데없는 빛이 나타나든가, 옛날이야기책 모양으로, 비몽사몽간에 허이연 영감이 나타나서 갈 바를 지시해 주든가―---그런 것이 다 허황하다면, 내가 내일 남편과 함께 먼 곳으로 떠나는 것을 알고, 두뭇골 도련님이 나를 구하러 무슨 계책을 세워 갖고, 지금 저기 저 강가로 뽕밭 머리를 지나, 가시울타리께로 성큼성큼 뛰어오는 그런 기적 아닌 이변이라도 일어나 줄 것을 안타까이 바라보기도 하는 것이다. 꼭 있을 것만 같다. 꼭 있어야 할 것만 같다. 그는 귀를 기울인다. 벌떡 일어나 본다. 캄캄한 뽕밭 머리에서 거친 사나이의 발소리가 들리지는 아니하는가. 캄캄하여 보이지는 않으나, 저기 저 가시울타리께 도련님이 살며시 찾아와서 기색을 살피고 있는 것은 아닐까. 퍽 전부터 그러고 서서 뜰 안쪽이 고요하여 생각을 단념하고, 그대로 돌아갈 생각을 먹고 있는 것이나 아닐까. 이렇게 안타까이 되새겨 보면, 꼭 그럴 것 같고, 그럴 것임에 틀림없을 것 같다.
쌍네는 뿌르르 맨발째로 토방을 뛰어내린다. 가시울타리 문께로 뛰어와 본다. 문은 열렸다. 두 손으로 허공과 앞뒤를 저어 보나, 아무것도 손에 걸리지 않는다.
"여보세요."
하고 불러 보아도 아무 대답이 없다. 제 숨소리가 제 귀에 높다.
"거 누구요."
불러 보나 숨을 쉬고 있는 동물은 쌍네 저 혼자뿐이었다. 아무도 없다. 아무것도 없다. 모든 것이 거짓이었던가.
푸 한숨을 짚고, 울타리 문에 손을 얹은 채, 암담한 절망에 흠뻑 젖어 본다.
'역시 모든 것이 꿈이고, 거짓이었다. 보살할미가 형걸이와 내가 연분이라고 한 것도 거짓 점괘였다. 하늘이 정했고, 존신이 점지한 나의 남편은, 저 못생기고, 징글징글하고, 염치없고, 소처럼 둔하고, 송진처럼 추군추군한, 저 두칠이가 아닌가. 두뭇골 도련님에겐 새로운 배필이 어엿하니 작정되었다. 이쁘고, 나이 젊고, 살매가 곱고, 몸맵시가 날씬하고, 귀태가 나고, 학문이 있고, 그런 색시가 양반집에서 도련님의 품안에 찾아들기로 이무 작정이 된 뒤이다. 도련님이 지나치던 길에 한번 들러 본 술막을, 지금까지 생각에 묻어 두었을 턱이 있을 거냐.'
다시 쌍네는 토방으로 돌아와 앉는다.
'결국 나는 두칠이를 따라가야만 한다.'
이런 생각을 제 마음에 타이르고, 그것이 가장 온당한 처사라고 생각해 본다. 저 같은 것이 어디다 머리를 솟고, 도련님에게 염을 낸다는 말일까. 하룻낮의 꿈이었다. 일생에 단 한 번 위태위태하나, 찬란한 무지개를 타본 데 지나지 않는다. 이무 무지개는 없어졌고, 저는 저대로 두칠이의 옆에 앉아 있다. 어이 무지개가 다시 그려지길 기다릴 것이며, 무지개가 뻗쳐진다 한들, 어이 저 같은 몸이 두번 다시 그 위에 올라앉을 수 있을 것이냐.
'할 수 없다. 그것만은 내 힘으로도 어찌할 수 없다.'
그는 머리를 감싸 들고, 등골을 떨면서 토방에서 일어났다. 여태껏 어떻게 그의 옆에서 잠을 이루었는지, 이상하다. 여태껏 어떻게 그와 함께 잠자리를 같이 할 수 있었는지 수상하다. 여태까지 어떻게 저의 몸을 그가 주무르는 대로 내맡겼었는지 괴이쩍다.
그는 발검음이 내치는 대로, 울타리 문을 벗어나서, 허둥지둥 캄캄한 가운데를 줄달음질쳤다. 눈물이 자꾸만 볼편을 뜨겁게 적시면서 흘러내렸다.
한참을 미친 사람 모양으로 뛰다 멎으니 두뭇골 앞이다. 개울물의 징검다리를 건너뛰고, 느티나무가 선 가까이로 가면 두뭇골댁이다. 그는 발을 멈칫하고 사방을 두루 살핀다. 넓은 들 위엔 캄캄한 암흑이 가득 차 있을 뿐, 아직 밤이 마악 찾아드는 초아지내, 드문드문 창문에 비치는 불광이 눈에 든다.
그러나 쌍네는 그리 오랫동안 그곳에 머물러 있지 않는다. 그는 그대로 낯익은 작은 길을 더듬어서 개울께로 내려가, 성큼 징검다리를 넘어 뛴다. 자갈을 밟는 소리가 우쩍 한다. 이 소리에 개가 겅겅 짖는다. 그러나 쌍네는 개 짖는 소리를 개의치 않고 느티나무께로 걸어간다. 그는 박참봉 댁 사랑 마당과 통하는 대문 앞에 서서야, 걷던 다리를 멈추었다.
사랑방은 캄캄하다. 벌써 박참봉은 잠자리에 든 것일까. 저녁을 먹은 지 얼마 안 되는 초아지내이니, 그가 벌써 잠자리에 들었을 리는 없을 텐데…… 그러고 생각하는데 퍼뜩, 박참봉이 저녁에 강군수의 초청으로, 강선루에 대연이 있어서, 저녁도 안 먹고 그리로 행차하던 것을 생각하였다. 그는 강선루에서 아직 돌아오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지금 이 집에는 종과, 상노아이와 윤씨와, 도련님만이 있을 것이다. 도련님은 제 방에 혼자 누워 있는가, 앉아서 책을 읽고 있는가―---두루 이런 것을 생각해 보다가 그는 대문턱 위에 올라섰다.
인제는 마지막 이야기라도 들어 보고, 아니 그것이 안 되면 얼굴이라도 한번 바라보고, 나의 갈 길을 떠나리라. 무엇이 무서우며, 무에 겁날 것이냐. 쌍네는 마음을 도고하게 먹고 대문을 들어섰다. 그러나 문을 들어서서 그는 다시 걷던 다리를 멈추었다. 개라도 컹컹 짖으면 하는 수 없이, 개를 꾸짖으며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가야 할 것을, 개마저 어디로 숨었는지, 안방엔 불이 밝고, 도련님이 있는 방에도 불이 환한데, 발길이 차마 앞으로 나가질 않는다. 어느 문 앞에 가서 누구를 찾을 것이냐. 안방 앞으로 가서 마나님을 부르고, 내일 떠난다는 인사나 여쭈자면 못 할 것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목적은, 어떻게 도련님을 만나 보는 데 있었다. 그리고 욕심대로 한다면, 대체 나를 어떻게 해주겠느냐고, 단 한마디 도련님의 대답을 듣고 싶은 데, 여기까지 달려온 목적이 있었다. 그러나 마나님을 불러 놓고야 어떻게 다시 도련님을 뵈올 길이 있을 것이냐. 역시 성큼 뜰 안으로 내려서서, 안방 앞으로 갈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렇다고 도련님 방으로 곧바로 찾아갈 수는 더욱 힘드는 일이 아니냐―--- 이렇게 잠시 동안을 서서 망설이고 있는데, 도련님 방에서 불빛이 확 뜰 안으로 빗자루처럼 뻗치더니, 이어 방문 여는 소리가 난다. 엉겁결에 쌍네는 문턱을 도로 넘어서 대문 밖으로 나왔다. 대문 옆에 숨어서 귀를 기울여 본다. 신발 소리가 나고, 그 다음엔 분명한 도련님의 목소리.
"어머니, 문선생 댁에 잠깐 다녀오겠습니다."
안방문이 열리는 소리. 이어서 윤씨의 대답.
"아버지두 안 오셨는데, 그럼 속히 다녀오너라."
다시 문 닫는 소리. 그리고 대문께로 점점 가까이 오는 갓신 끄는 소리. 발자취 소리는 이쪽으로 가까워 온다. 그것은 대문으로 들어선다. 문턱을 넘는다. 드디어 보이지 않는 검은 그림자가, 공기의 파동을 지으며 힝하니 쌍네의 앞을 지나갔다. 쌍네는 문판장에 붙이고 섰던 몸을 떼었다.
단오를 지난 뒤 동명학교는 한 주일 동안 임시 방학을 하였다. 형걸이는 운동회가 지난 뒤 외지에서 왔던 단체가 출발할 때마다, 잠시 잠시 전송을 나갔을 뿐, 사뭇 집 안에 처박혀서 이무 결정이 된 제 혼사에 대하여 생각하여 보았다. 남전 사는 강릉 최씨의 딸이라고 하나, 어떻게 생겼는지, 성품이 어떤 인지는 알 턱이 없다. 어머니는 큰댁 어머니가 친히 승교를 타고 가서 간선을 하여, 아주 마음에 딱 맞는 색시라 하였으나, 그이들의 보는 눈, 보는 생각이 젊은 형걸이의 생각과 일치할 리도 만무할 터이요, 설사 그것이 장님 문걸쇠 잡는 격으로, 용하게 일치했다고 할 값이라도, 형걸이로서는 부모의 작정대로 호락호락 따라갈 수 없을 몇 개의 곡절이 있다.
두칠이 처 쌍네의 생각은 그렇게 깊게 생각지도 않는다. 그 역시 자기를 아무렇게도 생각지 않으리라고 쓸어 버리는 것이다. 맏형 형준이가 가운데 나서서 이러니저러니 하고 쏘다니는 것도 귀찮았고, 실상인즉 이무 부용이와 같은 세련된 아름다움을 경험한 형걸이에게는, 쌍네에게 갖던 강렬한 애욕은 잠시 동안 그의 가슴에서 한 보를 물러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결혼에 대하여 곡절이 있다는 것은 결코 부용이와의 약속을 염두에 둔 것만은 아니었다. 무어라무어라 하여도 부용이는 기생이다. 아무개나 꺾을 수 있는 노류장화다. 그리고 서로 나눈 정을 영원히 잊지 말자고, 살에 수영을 끼어 서로 맹서는 하였으나, 그것은 결코 형걸이의 결혼과는 별문제라고 부용이도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처음 부용이가 형걸이를 알아 사귀고, 비로소 애정을 팔뚝에 새겨서 맹서할 때에도, 형걸이도 이무 처자가 있는 남의 새서방인 줄 알고 한 일이었다. 그러므로 형식상으로 보자면 형걸이는 결혼을 하든, 장가를 가든, 부용이의 애정에 변함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막상 당하고 보니, 형걸이로서 부용의 애정은 적지 않이 그의 행동을 견제하였다. 부용이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나, 형걸이 자신만은 부용이를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렇다고 그와 어엿하니 결혼생활을 이루어 보자면, 어떻게, 무엇부터 차비를 차려야 옳을는지 도무지 염이 나질 않았다.
이러한 생각 외에 그는 문우성 교사에게 말로 서약은 안 했으나, 그의 앞에서 조혼사상에 대한 자상한 설명을 들을 때에, 아직도 미혼인 것을 좋은 기회로 뜻을 세우기까지는 완고한 풍습에 희생이 되지 않으리라, 내심에 결심한 바가 있었다. 그는 문교사에게도 이야기하지 않고, 저 혼자 제 자신과 굳게 약속한 이 결심을, 그대로 흐르는 물 가운데 쉽사리 씻어 버리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그의 생각을 세우자니, 종차로 벌어질 일이 결코 단순치가 않을 것 같다. 싫어서 죽겠다고 야단이던 손대봉이도 오는 보름날, 박성균네 집 금네한테 종시 장가를 들기로 되었다고 한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수록 그는 제 앞에 다가오는 문제를, 점점 초조하게생각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문우성 교사에게나, 혹시는 부용이에게나, 이런 걸 털어놓고 상의하는 건, 결코 잘못된 일이 아닐 것 같다. 될수록은 말썽을 일으키지 않고 해결을 지을 수 있는 방책을 찾아보든가, 그렇지 않으면 그들의 조력이라도 구하여, 어떻게든지 이 난관을 벗어나야, 첫번 당하는 희생에서 자기 자신을 구원할 수 있을 것처럼 생각되었다. 어찌 되면 문교사에게 부용이의 이야기까지 털어놓아도 괜찮으리라 생각되기도 한다.
그래서 오늘은 저녁을 먹고, 군수가 운동회의 관계자를 초청하여 강선루에서 베푼 대연에서, 아버지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다 못해, 지금 제 방을 나와 대문 밖으로 나서던 참이다. 그는 어머니에게 허락을 맡아 갖고 마당을 지나 대문으로 올라섰다. 대문턱을 나서서 버드나무와 우물이 있는 옆으로 느티나무 그늘을 선선하게 느끼면서, 징검다리를 건너지 않고 개울을 낀 채 실금실금 걸어가는데, 뒤에서 발자취 소리가 나는 것 같다. 그는 제 귀를 의심하면서, 그 자리에 멈칫하고 서보았다.
"도련님, 저올세다."
나직한 떨리는 목소리는 틀림없는 쌍네의 것이었다. 형걸이는 뜨거운 불길이 등골을 스치고 지나가는 듯하였다. 진정 뜻밖이었다. 그러나,
"도련님, 저와요."
하고 또 한번 등뒤에서 들었을 때, 형걸이는 낯을 돌리었다. 짜장 뜻밖이기는 했으나, 돌이켜 생각하면 쌍네가 저를 찾아온 데 까닭이 없다 할 수는 없었다. 그는 내일 두칠이와 함께 먼 곳, 원산 방향으로 일터를 찾아서 길을 떠난다고 아니하는가. 길을 떠난다는 소리를 듣고 형걸이는, 그것으로 쌍네와의 관계는 짧은 한 토막의 삽화처럼, 영구히 그의 청춘의 한 모퉁이에 잠겨 버리고 말 것이요, 쌍네 역시 기구한 일생에 한 점 색채를 점 찍은 채, 그대로 평범한 생애의 가운데로 다시 흘러들어가는 기회가 되고 말 것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그것은 커다란 비류강의 강물 같을는지도 모를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물은 웅덩이에서 오랫동안 감돌다가, 때로는 급한 여울물을 흐를 때도 있다. 작은 바위가 있으면, 그와 부딪쳐서, 구슬을 뿌리며 물결은 찢어지고 흩어지나, 곧 그것을 넘으면, 다시 제결대로 넘쳐서 대동강으로 황해바다로 흘러간다. 형걸이나 쌍네나, 감격에 넘치고 정열에 싸였던 이틀 밤은 결국, 물결이 작은 바위를 만났던 거나 같은 것일 게라고 생각해 본 것이었다. 커다란 강물이 바다를 향하여 흐르면서, 도중에서 만났던 바위와 돌멩이를 생각지 않는 것처럼, 쌍네도 형걸이도, 그 짧은 기억을 오랫동안 담아 두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 보았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 그렇게 생각했던 쌍네가, 중대한 시일을 앞두고 밤을 타서 형걸이를 만나러 왔다. 형걸이의 가슴에는, 뭉게뭉게 회오와 자책에 섞인 뉘우침이 떠오르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런 걸 되새겨 볼 필요나 경황조차 없이, 캄캄하여 보이지는 않으나, 형걸이의 얼굴에는 당황해하는 기색이 붉은 혈조를 그리면서 지나쳤다.
형걸이가 몸을 돌이키는 것을 보더니 희끄무레하게 희미한 쌍네의 몸은, 자분자분 몇 발자국을 앞으로 걸어온다. 형걸이는 그러나 화석이 된 것처럼 암찍을 못 하고, 그 자리에 덤덤히 서 있을 뿐이다. 쌍네는 형걸이의 한 발자국 앞에서 겨우 발을 멈췄다. 그는 억한 생각에, 형걸이의 손길이 치마폭에나 옷자락에 스치기만 하여도, 그대로 푹 몸을 실리든가, 뜨거운 열정에 내맡겨서, 형걸이의 몸을 부여뜯고야 견딜 것 같은 욕망을 겨우 억제하고 섰는 것이다. 형걸이의 대답, 그것이 입술에서 떨어지기만 하면, 쌍네는 아무것도 돌보지 않고, 사나이에게 온몸을 맡겨서 처분대로 내버려둘 것 같다. 가슴속이 뜨거운 질식할 듯한, 마른 증기로 꽉차 있는 것 같다. 그러나 형걸이는 아무 말이 없다. 그는 쌍네의 욕망과 애욕을 의식지 못하는 것일까. 얼굴도 몸도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가슴에 떠오르는 화염같이 강렬한 정열을 누르느라고, 몸을 떨고 서 있는 난만한 육체의 파동이 끼치는 첫여름의 캄캄한 공기를, 형걸이의 젊은 피부는 감촉하지 못하는 것일까.
"도련님, 저와요."
또 한마디를 가만히 뇐 뒤에, 그러나 그 이상, 쌍네는 저의 가슴을 억제할 길이 없었는지, 덤석 형걸이의 가슴을 향하여 조약돌처럼 날려들더니, 그 다음은 어깨를 추며 흑흑 느껴 운다. 두 팔은 형걸이의 몸뚱이를 끌어안고, 눈물이 뜨겁게 흐르는, 불덩이처럼 달뜬 쌍네의 얼굴은, 황소처럼 사나이의 가슴에서 몸부림쳤다.
형걸이는 적지 않이 쩔쩔맨다. 그러나 그는 두 팔을 들어 미친 물결처럼 덤비는 쌍네의 몸을 가만히 안아 주었다. 그러고는 두 손으로 쌍네의 얼굴을 찾아서, 눈물을 흘리는 두 눈을 입술로 찾았다. 다시 얼굴을 가슴에 묻어 주었으나,
"길에서 누가 보믄 어쩌는가. 자 저리로 비켜, 응."
하고 쌍네를 달랠 만큼, 그는 냉정한 기색을 잃지 않았다. 쌍네는 어리광처럼 또 한번을, 온 몸뚱어리로 사나이의 살을 부비어 보았으나, 이윽고 가만히 그곳서 물러났다. 그들은 길가에서 두어 발자국 밭두둑께로 물러섰다. 둘은 잠시 덤덤한 채 서 있었다. 상긋한 풀 냄새를 풍기며 초여름 바람이 길을 건너, 벌판으로 뻗어 나간다. 바람은 두 사람을 어루만지며 캄캄한 밤에 개울을 건너 버드나무와 느티나무를 우수수 울린다.
쌍네는 달떴던 얼굴에 바람이 스쳐서 한결 두 눈이 버석버석해졌다. 다소곳하니 식어 내리는 격정을 맛보면서, 그는 잠시 무엇 하러 제가 도련님을 찾아왔는가를 생각해 보았다. 마지막으로 그를 만나 보러, 그리고 그의 마지막 말을 들어 보려고 찾아온 것임에 틀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만나 본 뒤엔 어떻게 하려던 것일까. 그와 같이 도망이라도 쳐달라고, 어떻게 하든지 두칠이의 손아귀에서 자기를 뽑아내 달라고 요구하러 온 것이었던가. 처음 생각은 또렷하니 그랬던 것 같지도 않다. 그러나 이렇게 그의 옆에 와서, 바로 칠흑 같은 장막 속에 싸여서, 그의 체온을 제 근육으로 느끼고 마음속으로 향락하고 있으려니, 슬며시 그러한 욕망이 생겨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보살할미의 점괘가 그의 머리를 스쳐간다. 그러나 한편 제 마음대로 사나이의 몸뚱어리를 주무르고 나서도, 역시 저와는 어떠한 상거가 있는 사람 같은 느낌을 금할 수는 없는 것 같다. 두 몸이 한 몸이 된다든가, 두 마음이 그대로 한 마음이 된다든가―---높고 강렬한 감격 속에서도 이러한 통일된 생각을 맛볼 수가 없고, 어딘가 자기는 이 사나이를 남편으로 섬기든가 그럴 수는 없는 사람같이 느껴지는 것이다. 그와 나는 피가 서로 다른 사람일런가. 쌍네는 다시 쓸쓸해졌다. 두칠이의 얼굴이 눈앞에 선하니 떠오른다.
"어째 이 밤에 이런 델 왔어."
쌍네에게 던지는 첫마디 말이다. 그러나 무척 서먹서먹한 말이다. 어째 이 밤에 이런 델 왔는가고, 형걸이는 묻는 것이다. 대체 그는 그 까닭을 몰라서 묻는 것일까. 쌍네는 대답지 아니하였다. 대답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대답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쌍네는 순간에 퍼뜩 본정신이 든 듯이 낯을 들었다. 머릿속을 찬바람이 씽 하고 지나가는 듯하다.
"도련님은 까닭을 모르십니까."
난생 처음 말해 보는 날카로운 말이었다. 쌍네는 이 말을 가까스로 뱉어 놓곤,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 자리에 이렇게 더 섰을 수가 없도록 몸과 마음이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그는 힝하니 그곳서 몸을 돌렸다. 길로 내려서서 캄캄한 가운데를 덤성덤성 걸어갔다. 형걸이, 그이에게 걸었던 가느다란 희망의 닻줄은 끊어져 버린 것이다. 단 한 마디의 그 말, 이무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의 말이 아니었다.
'나는 어째서 그를 찾어, 염치도 무서움도 돌보지 않고, 이렇게 밤을 타서 그를 만나러 왔던 것일까.'
"여보."
"여보."
하고 부르는 형걸이의 목소리가 들려 온다. 그러나 들을 필요가 없었다.
"내 말을 듣고 가요."
"이럴 게 아닌데그래."
뒤쫓아 오다가 길 가운데 서서, 형걸이는 안타까이 쌍네의 등뒤로부터 중얼거린다. 그러나 쌍네는 두 손으로 귀를 틀어막고, 구룡교로 통한 길을 눈물에 어리어서 덤성덤성 달음질치듯 하였다. 그는 제 집 가는 길로 올라서지 않고 비류강 방수성 있는 쪽으로 나갔다.
자정이 훨씬 넘도록, 두칠이가 기다리는 방 안에는, 쌍네의 몸은 나타나지 않았다.
캄캄한 장막 속으로 덤성덤성 뛰어가는 쌍네를 불러 보다가, 멍하니 길 위에 서서, 형걸이는 금방 저와 만났던 여자가 쌍네가 아닌 딴사람처럼 생각되었다. 그러나 그는 역시 틀림없는 쌍네였다.
무엇으로 얻어맞은 듯이 머리빡이 뗑하다. 여태껏 대수롭지 않게, 문제 밖으로 밀어 놓았던 사건이 불쑥, 아닌밤중에 솟아나서 홍두깨처럼 그의 머리를 후려갈기고 달아났다. 그는 비로소 제가 저지른 행동에 대하여, 뼈아프게 책임을 느꼈다. 그것은 난생 처음으로 겪어 보는 경험이었다. 지금 그는 쌍네에 대하여 생각지 않을 수가 없어졌다. 그러나 그까짓 생각 같은 것이 쌍네에게 무슨 일을 치를 것이냐. 그는 나의 단 한마디 말에서, 모든 것을 예단하고 그대로 줄달음질치고 말았다. 그는 내일 아침이면 나와 모든 사람과 이 고을을 아주 하직하고, 좋건 글렀건 새생활의 개척을 위하여 길을 떠날 것이다. 이 지경에 이르러 저는 어떠한 행복을 쌍네에게 덧붙여 줄 수 있을 것이냐. 그러나 어쩐지 마음 한귀퉁이에, 묵직한 납덩어리 같은 것이 엉켜돌아서 마음이 가볍지를 않다.
누구에게 모든 것을 말하고, 제 행동의 그릇됨을 사죄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그는 다리를 옮겨 놓았다. 역시 문교사를 만날밖에 없다. 결혼문제, 쌍네에 대한 문제, 그리고 끊을 수 없는 애정의 뿌리가 박혀 버린 부용에 대한 문제―---이런 걸 털어놓고 상론해 볼 수 있는 사람, 그는 문우성 선생밖엔 없었다. 그러나 교회당으로 가는 길 도중에서 부용이의 집 앞을 지나치려니, 역시 부용이를 먼저 만나 보고 싶은 생각이 난다. 쌍네에게 얻어맞은 머리를 깨끗이 씻어 줄 이는, 그리고 그에게 상처당한 가슴을 고스란히 풀어 줄 이는, 우선 부용일 것같이 그의 젊은 마음에는 생각되는 것이다. 그는 골목 어귀에서 한참 동안을 서서 망설이다가, 종시 발길을 부용이의 집으로 돌려 놓았다. 그를 만난 지도 퍽 오래된다. 운동회 때문에 못 만나고, 그 뒤에도 운동회날 운동장에서 먼발로 그의 웃는 낯을 눈넘겨 바라보았을 뿐, 한 번도 만나지 못하였다. 눈앞에 가로누운 이 집 안에서, 부용이가 달림하니 앉아서 추수의 상사리를 읊으면서, 생각에 잠겼을 걸 그려 보니, 발꿈치를 윗길로 떼어 놓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는 골목을 지나 대문께로 갔다. 지금 누가 나왔는지, 혹은 금방 누가 안으로 들어갔는지, 대문이 걸리지 않고, 방싯하니 열려 있다. 그래서 주인을 부르지 않고, 잠시 문 앞에 서서 귀를 기울이려니, 부용이 방에서 이야기 소리가 난다. 누구 손님이 온 것인가, 그렇다면 하는 수 없이 문선생 댁을 먼저 다녀올밖에 없다고 두루 생각하면서, 불이 빤히 밝은 방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았다.
그러나 그 순간 형걸이는 얼굴을 대문에서 떼고, 귀를 의심하였다. 방에서 들려 오는 목소리는 몹시 귀에 익다. 아니 귀에 익다뿐 아니라, 그 목소리는 바로 그의 아버지 박참봉의 목소리가 아니냐. 그는 저도 모르는 짧은 시간에, 몸을 그늘에 숨기고 막혔던 숨을 겨우 쉬었다. 아버지, 그가 어째서 이 집에를 오게 된 것인가. 그는 형걸이와 부용이의 관계를 누구한테 듣고, 차후를 조심해 달라고 부탁의 말을 하러 온 것일까.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상스런 수단을 취할 아버지가 아니었다. 역시 강선루에서 오는 길에, 좌석에 불리었던 부용이와 함께 돌아오다, 지나는 걸음에 잠시를 들른 것에 틀림없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겨우 형걸이는 숨을 돌렸다. 그리고는 약간 미소까지 입가장에 그려 보았다. 그는 호기심에 끌리어 다시 가만히 귀를 기울여 본다.
"그래 그렇도록 너는 내가 싫으냐."
아버지답지 않은 목소리에, 형걸이는 낯이 화끈 달아 올랐다. 아버지는 적지 않이 취하였다. 부용의 말은 잘 들리지 않았다. 뭐라고 도란도란 대답하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시 탁하고 늘어진 아버지의 목소리가 덮치듯이,
"그럼 어째, 내 말은 안 들으려니 응."
하고 추근스레 들려 온다. 또 아무런 대답이 부용에게서는 들리지 않는다. 형걸이의 눈앞에는, 지금 방 안에서 벌어지고 있을 광경이 자꾸만 선하게 나타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부용이는 어떡하고 앉았는가, 몸을 도사리고 아버지 입에서 나오는 요구를 좋은 말로 흘려 넘기면서. 그리고 아버지는 어떡하고 앉았는가. 갓을 쓴 채, 술이 잠뿍이 취하여, 눈과 얼굴에는 이글이글한 정이 차서, 두 손으로…… 형걸이는 얼굴을 문에서 떼고 등살을 폈다. 그는 가슴속에 이상한 격정이 끓어 오르는 것을 참을 수가 없는 것이다.
'아― 아버지는 취하셨다. 정신을 잃고 계시다.'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려 보나, 가슴은 가라앉지 않는다. 그러나 어떻게 할 도리가 있단 말인가. 가도오도 못 하고 대문에 서성대고 있는데, 갑자기 부용이의 깔깔대는, 교태가 담북하니 담긴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 웃음에, 부용이답지 않은 교태가 섞인 것이 형걸이에게는 적지 않게 불쾌하였다.
"나리가 참 미치셨나. 그러시지 마시구 어서 약주나 드세요."
"허허, 난 인제 술은 싫다. 그래 무엄하게, 나 나더러 미쳤다니. 그래 내가 미쳤다. 아닌게아니라 너한테 내가 미쳤다."
말이 끊어졌다. 형걸이는 이 이상 말을 더 들으려고도 아니한다. 그러나 대화가 끊어진 동안, 방 안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 있는 거냐, 그것을 깨우쳐 생각하는 건 더욱 무서운 일이었다. 귀를 기울이니, 역시 목소리를 낮추어 이야기는 계속되고 있었다.
"그래 그 뜻을 말해 봐라."
아버지의 말소리가 높아져서 나직하나 똑똑하게 들려 온다.
"그래 어서 그 뜻을 말해 봐. 아무렴 내가 노헐 턱이 있겠나 원."
한참 동안을 묵직한 침묵이 흐르더니, 이윽고 적지 않게 당황해하는 어조로,
"아니 말은 않고 어째 우느냐."
이 소리를 들으며 형걸이는 긴장하였다. 몸을 바위처럼 굳게 땅 위에 붙이고, 저도 의식지 않으면서 귀를 기울이는데, 그 다음엔 울음에 섞여서 무어라고 두어 마디 부용의 말이 들리고,
"아니 뭐."
하는 돌연스레 높직한 놀라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문풍지를 울린다.
"천륜을 깨뜨려?"
훤한 문풍지 위에 육중한 박참봉의 그림자가 우뚝 솟았다. 그 그림자가 갑자기 커졌다가 이어서 문 여는 소리.
"나리, 잠깐만 참으셔요."
하면서 쪼루루 뒤따르는 긴 치마의 그림자. 그러나 박참봉은 벌써 뜰안에 내려서서 갓신을 발부리에 꿰고 있었다.
형걸이는 엉겁결에 캄캄한 그늘에 몸을 숨겼다. 대문을 잡아 젖히더니, 성난 짐승처럼 씨근거리며 박참봉이 대문을 넘어선다. 갓이 후들후들 떨리면서, 그는 격분한 감정을 누르지 못한 채 골목을 지나서 없어진다. 아버지의 뒷모양을 배웅하고 나서도 형걸이는 그림자 속에서 훤한 데로 나설 용기가 나질 않았다. 그는 그대로 한참 동안을 숨을 죽이고 그늘 속에 파묻혀 있었다. 부용이가 뜰을 건너 대문께로 온다. 그는 박참봉이 간 방향을 잠깐 바라보고는 문설주에 손을 얹고 푸 한숨을 짚고 있다.
형걸이는 부용이의 얼굴을 살피었다. 피로가 가득 찬 얼굴에 눈물 줄기가 먼 불광에 한번 번뜩 하고 빛난다. 형걸이는 가만히 가서 등뒤로부터 부용이를 껴안고 그의 등을 어루만져 주고 싶었다. 그는 그의 얼굴에서 어떤 성스러운 표정을 발견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의 발은 땅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이윽고 부용이는 문을 잠그고 뜰을 건너 제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방문이 닫히는 것을 기다려, 형걸이도 비로소 대문 앞까지 나섰다. 대문 판장 틈으로 부용이 방의 불광이 은은히 보인다. 그는 잠시 종교적인 정신적 분위기를 그 불광에서 느껴 본다. 그는 한참 동안을 그럭하고 서 있을 뿐이었다.
만나고 싶고, 만나면 아무 말도 않고 그의 아름다운 얼굴을 마주 쳐다만 보고 싶었으나, 그는 찾지도, 그의 방에 들어갈 수도 없는 자기를 마음속 깊이 깨달아 본다.
그는 애끓는 생각에 서리어서, 다시 눈익혀 부용이의 방을 바라보다가, 이윽고 용기를 내어 발을 옮겨 놓았다.
길 가운데 나서서, 사방이 괴괴해진 걸 느꼈다. 아직도 선선한 바람이 행길을 휭하니 지나간다. 어디로 갈 것인가. 그러나 다시 생각해볼 필요도 없이 뻔한 일처럼 생각되었다. 그는 제가 아까 문우성 선생의 집을 찾아서 교회당으로 가던 것을 다시 한번 뇌보듯 생각해 보았다. 머리가 갑자기 거뿐해지는 것 같다.
문선생한테로 가자! 그러나 문선생을 찾아가는 목적은 아까와는 판판 달랐다. 어떻게 할 바를 몰라 해결의 방도를 상론하고 위안을 받으러 가는 것이 아니고, 새로운 결심을 실행하는 첫 계제로 그를 찾는 것이다. 문선생은 벌써 전도자의 지위에서, 수단을 조력해 주는 원조자의 지위에 내려선 것이다.
형걸이의 마음속에 이루어진 결심, 그것은 막연하기는 하나, 오늘 밤 안으로 이 고장을 떠나서 평양으로든가, 더 먼 곳으로든가, 새로운 행방을 잡아 보자는 것이었다. 그는 몇 시간 뒤에 평원 도로를 향하여, 방선문 밖 신작로를 걸어나갈 것을 상상하며, 문우성 선생이 기숙하고 있는 예배당으로 병대처럼 뚜벅뚜벅 걸어갔다.


